제 8회 가톨릭 내 그릇된 신심

가톨릭 내 그릇된 신심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는 『올바른 성모신심』(2006), 『건전한 신앙생활』(2007), 『올바른 성령이해』(2008), 『죽은 이를 위한 올바른 기도』(2010)를 발간하였다. 현재 가톨릭 신자들이 얼마나 많은 그릇된 신심의 위협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릇된 신심은 교묘한 방식으로 신자들 삶 속에 깊이 침투하여 신앙을 근본으로부터 위협하고 있다. 신자들의 신앙을 그릇된 길로 인도하고 교회 내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며 심지어 교회로부터 떨어져 나가 신흥 종교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에 맞서 말씀과 성사 중심의 그리스도 중심적 신앙을 바탕으로 신앙의 식별력을 키워야 할 때다.

 

1) 사적 계시

『건전한 신앙생활』에서는 신흥 종교, 시한부 종말론 외에도 ‘사적 계시’ 문제를 다뤄 눈길을 끈다. 이 문헌은 신앙보다는 환시, 기적, 예언 현상에 치중하는 개인의 종교 체험을 바탕으로 그릇된 신앙관을 조장하는 사례들에 유의하도록 한다. 사적 계시라고 주장하며 성령 운동이나 성모 신심 운동을 교묘히 이용하여 신심 운동으로 정형화, 조직화하는 세려기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그분 안에서 당신 자신이 어떤 분이시며 어떻게 구원하실 것인지를 온전히 드러내 보이셨는데, 이를 ‘공적 계시’라고 한다.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께서 당신을 ‘결정적으로’ 계시하셨기에 더 이상의 새로운 공적 계시를 바라서는 안 된다.(「계시헌장」, 4항) 한편 교회는 ‘사적 계시’라는 표현으로 하느님께서 특별한 순간에 특수한 방법으로 개입하셨음을 표현하는데, 이는 ‘공적 계시’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신앙으로 살도록 하는 의미에서 정당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실제로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인지 알기 위한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기준은 교리적인 것이다. 곧 사적 계시 내용이 교회의 공적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기준은 심리적인 것으로, 사적 계시를 받는 주체가 균형 잡힌 인격체인지 병리적 경향을 갖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셋째 기준은 영적 결실의 효과다. 곧 기쁨, 평화, 사랑, 거룩함 등의 영적 결실이 아니라 분열과 갈등, 혐오감 등을 일으키면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말씀과 성사를 통해 늘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므로, 사적 계시 현상에 심취하거나 사적 계시를 바라서는 안 되고, 전례와 일상 안에서 다가오시는 하느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는 건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청해야 한다.

 

2) 그릇된 성모 신심

『올바른 성모신심』(2006)에서는 가톨릭 교회 안에 빗나간 성모 신심으로 네 가지를 드는데, 여기서는 두 가지만 들기로 하자.

 

첫째, 나주의 기적이나 사적 계시를 성역화하는 성모 신심이다. 1985년 나주의 어느 성모상에서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는 주장과 함께 ‘나주 성모 발현’이라는 사적 계시가 문제시 되었다. 또한 1991년 이후 ‘성체의 기적’이 지속적으로 있어왔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예수님과 성모님에게서 수차례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당시 광주 대교구 윤공희 대주교는 1994년 조사위원회를 통해 조사를 하였고 그 결과에 다라 나주 기념행사를 금지하고 1998년 공지문을 발표하였고 이후에도 교도권에 순명할 것을 재차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많은 신자가 나주를 찾고, 관련 홍보물이 유포되고 있었기에, 2005년 재차 같은 내용의 공지문을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나주 추종자들은 교도권에 불순명하고,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교리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주장하여 교회 내 분열과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둘째, 베이사이드 성모 신심이다. ‘미카엘회’라고 불리는 이 운동은 미국 뉴욕의 평범한 가정주부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 부인은 1970년 자신에게 발현한 성모님께서 뉴욕 시의 베이사이드 힐즈에 있는 성 로버트 멜라민 성당 광장에서 대축일 전날 밤 철야 묵주기도를 바치고, 그 자리에 당신의 작은 경당을 세우라고 하셨다고 하였는데, 이 운동은 그녀의 사망 년인 1995년까지 계속되었다. 추종자들은 그의 사후에도 예수님과 성모님의 메시지와 기적들을 담은 신문 형식의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메시지는 주로 지구의 멸망, 죽음과 심판, 인류에 떨어질 큰 고통 등을 다룬다. 1980년대 한국 가톨릭 신자들이 혼란을 겪자 인천 교구장 나길모 주교는 베이사이드 관할 브루클린 교구장에게 문의하였고, 그것이 신빙성 없는 운동임을 확인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교구 공문을 통해 사제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신자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킬 것을 당부하였다. 광주 대교구장도 1988년 공문을 통해 주의를 당부하였다. 교회 당국의 인준을 받은 것이 아니며, 성경의 가르침에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성당과 성지 등에서 기습적으로 신자들에게 다가와 유인물 등을 배포하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3) 성령쇄신운동의 빛과 그림자

1970년을 전후로 외국인 선교사들이 주도한 기도회와 피정을 통해 성령 기도 모임이 형성, 발전되었고, 1973년 ‘성령 운동 협의회’가 결성된다. 1974년 한국인 25명이 ‘성령 안의 생활 세미나’(성령 세미나)를 수료하였고, 성령쇄신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성령 운동 협의회’는 ‘전국 성령 봉사회’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현재 ‘한국 가톨릭 성령 쇄신 봉사자 협의회’로 불리고 있다. 현재까지 많은 교구와 본당에서 성령 세미나가 개최되며, 많은 신자가 성령의 은사를 체험하며 영적인 성장을 위한 도움을 얻고 있다. 하느님 현존 체험과 신앙 쇄신, 다양한 은사를 통한 삶의 변화 등을 가져온 좋은 효과도 있으나, 성령 은사의 오해와 남용, 외적 은사에 대한 집착, 봉사자들의 자질 미흡, 전문 봉사자 부족, 일부 성직자 수도자의 일탈, 기존 신자들의 거부감 조성, 일부 기도회의 광적인 분위기 등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또한 교회 당국의 눈을 피해 그들만의 은밀한 기도 모임을 형성하여 운영하기도 한다.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체험 보다는 전례와 일상 안에서 성령과 함께 하는 신앙생활을 하며 은사를 충만히 받을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해야 할 것이다.

 

4) ‘가계 치유’

조상의 죄가 대물림되어 후손에게 직접 유전되어 그 죄로 인해 후손들이 필연적으로 그릇된 행동을 하거나 불행을 겪는다는 것이 가계 치유의 주된 내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상의 죄를 제거해야 하며 특별한 양식의 기도를 요구하고, 조상의 죄를 대신 뉘우치고 고백하며 가문을 위한 구마 기도를 바쳐야 한다는 것이며, 조상의 죄를 씻기 위해 많은 수의 미사를 봉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마 기도에 전념하며 식음을 전폐하거나 의료적 도움마저도 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가톨릭 신앙의 근본 가르침, 특별히 세례성사의 은총에 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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