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여론사람들

[현장 돋보기] 브레멘 음악대와 노비따스 음악학교

전은지 헬레나(보도제작부 기자)

2019.09.22발행 [1531호]



그림 형제의 풍자 동화 「브레멘 음악대」는 주인의 학대를 피해 집을 나온 당나귀와 개, 고양이, 닭의 이야기다. 동물들은 음악대가 되고 싶어 브레멘으로 떠나는데, 그 여정에서 도둑들을 만난다. 겉보기에도 약한 동물들이 도둑들을 내쫓고자 부린 묘수는 서로 차곡차곡 등에 올라가 울음소리를 내지르는 것. 동물들의 우렁찬 합창소리에 결국 도둑들은 도망친다. 이 동화의 교훈은 간단하다. 상처받은 약한 이들도 ‘함께라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레멘 음악대의 이야기가 떠오른 건 경기도 가평 보리산 끝자락에 세워진 노비따스 음악학교를 방문했을 때다. 우거진 나무들을 배경 삼아 들어선 건물은 따사로운 볕이 내리쬐고 있어 마치 숲 속의 음악학교 같았다.

실제로도 노비따스 음악학교는 그 모습만큼이나 특별하다. 양육시설 청소년들을 위해 마련된 새로운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노비따스 합창단을 이끌었던 송천오 신부는 ‘신부님이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한 아이의 편지에 그들의 아버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여전히 우여곡절은 많지만 송 신부는 자존감을 잃은 아이들의 치유와 자립을 위해, 그들의 삶을 돕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양육시설 청소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사랑보다는 박탈감을 먼저 느낀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말하는 법보다 어른들 눈치를 보는 게 더 익숙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공감과 따뜻한 격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차가운 시선만 보내고 있다.

‘Be free, Make tomorrow!(자유로워라, 미래를 만들라)’. 노비따스 음악학교의 표어다. 상처받은 청소년들이 노비따스에서는 무한한 꿈을 꾸길 바란다. 아무리 약하더라도 ‘함께라면’ 행복해진다는 동화 속 교훈이 실현되는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