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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세계교회

푸틴 ‘핵무기 사용’ 가능성 언급… 교황청 “역겨운 위협”

2022.10.09발행 [1681호]

▲ 러시아 정교회 신부가 9월 27일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징집된 러시아 예비군들을 축복하고 있다. CNS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7개월이 넘었지만, 전쟁은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점령지 병합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태다. 서방은 이에 맞서 추가 대러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종전의 희망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은 가중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양상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이 뒤늦게 공개됐다. 지난 9월 중순 카자흐스탄에서 중앙아시아 지역 예수회 회원들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 일부다. 교황은 해외 사목방문 중에 관례적으로 그 지역 예수회원들을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교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용납할 수 없고, 혐오스럽고, 야만적인 신성모독”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전쟁을 너무 단순하게 바라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착한 사람과 나쁜 놈이 나오는 ‘카우보이 영화’처럼 생각해서도, 두 나라 간의 싸움일 뿐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며 “이건 일종의 세계대전”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무력 분쟁을 ‘산발적으로 전개되는 세계대전’이라고 말해왔다.

또 “이 분쟁의 최대 희생자는 우크라이나가 맞지만” 전쟁을 촉발한 요인들을 함께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서부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임에 틀림없지만, 전쟁을 야기한 패권 경쟁과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을 무시한 채 단순히 선악의 구도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교황은 이어 “이해하려면 갈등을 키운 역학 관계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전쟁은 결혼(부부싸움)과 닮았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9월 26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국제 핵무기 전면 철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을 두고 “역겨운 위협(repugnant threat)’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위협은 전 세계 무기고에서 핵무기를 제거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