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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세계교회

미국, ‘아시아 성인들의 친교’ 그림 온라인서 화제

2022.09.25발행 [1679호]

▲ ‘아시아 성인들의 친교’(Kolbe Yang 그림).

▲ 한국계 미국인 구호영씨.




한복을 입은 여인, 중국인, 추기경, 휠체어를 탄 소년 등이 어울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전통모를 쓴 동남아 남성도 보인다. 8명 모두 표정이 밝다.

미국 가톨릭 통신 CNS 웹사이트에 ‘아시아 성인들의 친교’라는 제목이 달린 그림이 올라왔다. CNS는 서구 교회와 바티칸에 관련된 소식을 주로 제공하는 통신사다. 아시아 성인들을 주제로 한 이 그림은 그래서 더 이채롭다.

맨 왼쪽은 17세기 일본의 순교 복자 카슈이 키베 신부다. 그 옆은 불교 국가 라오스에서 1960년 공산당 게릴라에게 죽임을 당한 복자 토이 슈이다. 슈이는 이탈리아 선교사 곁에서 교리교사로 활동하다 순교했다. 한복 차림의 여인은 성 김효임(골룸바)ㆍ효주(아녜스) 자매, 그리고 기해박해 때 순교한 성 손소벽(막달레나)이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인물은 베트남의 구엔 반 투안 추기경(1928~2002년)이다. 구엔 반 투안 추기경은 공산 치하에서 9년 독방 생활을 포함해 13년간 옥살이를 하다 풀려났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2007)에서 ‘희망의 증인’으로 소개했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맨 오른쪽 중국인은 1900년 의화단의 난 때 순교한 지 티안시엔이다. 휠체어를 탄 아이는 필리핀 ‘거리의 소년’ 다윈 라모스(1994-2012)다. 거리를 떠돌다 하느님을 만난 소년은 많은 이에게 신앙의 기쁨을 선사하다 근이양증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림 제목이 ‘아시아 성인들…’이지만 모두 성인은 아니다. 복자도 있고 시복시성 대상자도 있다. 성인이 아닌 인물에까지 머리 둘레에 후광(後光)을 넣은 것은 옥에 티다.

그림을 올린 사람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 구호영(사라, 사진)씨다. 그는 장문의 사연과 함께 이 그림을 소개했다. 그림은 동료 콜베 양(Kolbe Yang)이 그린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구씨는 대학 기숙사에서 처음 아시아인을 가깝게 만났다고 말했다.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기숙사 방에 들어올 때 신발을 벗고, 김치를 찾는 친구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새롭게 눈을 떴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연히 책 표지에 실린 한복 차림의 성인화를 본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이민 2세로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성인들의 삶과 신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다. 그는 성 손소벽의 삶을 통해 자녀를 위한 어머니의 인고(忍苦)를 알았고, 성 김효임ㆍ효주 자매를 통해 부당한 대우를 묵묵히 견디는 용기를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성인들의 신앙은 우리(아시아계 이민자)를 과거와 연결해주는 중요한 고리”라며 “성인들은 또한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체성과 신앙을 통합해주는 바탕”이라고 말했다.

구씨는 현재 아시아계 이민자들에게 아시아 성인들의 영웅적 삶을 전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 이민자들과 함께 모국어로 고국의 성인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는 일도 그중 하나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