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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세계교회

"세례받지 않고 죽은 유아도 구원"

국제신학위원회 '림보' 개념 수정

2007.05.06발행 [919호]

국제신학위원회 '림보' 개념 수정



 '림보'(Limbo)에 대한 전통적 가톨릭 신학 이론이 어쩌면 폐기될지도 모른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산하 자문기구인 국제신학위원회가 수년 간의 연구 끝에 림보 개념에 대해 "지나치게 제한된 구원관"을 반영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제신학위원회는 교황 베네딕토 16세 허락을 받아 4월 20일 발표한 문헌에서 "우리가 고찰한 많은 요인들은 세례받지 않고 죽은 유아들은 구원을 받을 것이며 지복직관을 누릴 것이라고 희망할 진지한 신학적 전례적 근거를 제공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신학위원회는 그러나 "이것들은 확실한 지식의 근거라기보다는 기도에 찬 희망의 근거"라고 강조했다.  

 림보란 "이미 죽은 사람들 중에서 천국이나 지옥 또는 연옥 그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머무르는 장소"로 "그리스도가 강생해서 세상을 구할 때까지 구약의 성조(聖祖)들이 죽어서 기다리던 곳과 명오(明悟)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어린이들이 머무르는 곳"을 말한다(한국가톨릭대사전).

 우리말로 '고성소'(古聖所)라고 번역되는 림보는 가톨릭 교회의 공식 교리가 아니며 표준 교리서인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도 림보에 대한 언급 없이 다만 세례받지 않은 유아들은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 드린다고만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림보는 '구원', 특히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어린이들의 구원과 관련해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어린이들은 천당에 가지 못하고 림보에 머무르는 것으로 여겨졌기에 부모들에게 아이를 낳으면 가능한 빨리 유아 세례를 받도록 강조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에 대해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세례를 받지 않은 이들과는 달리 자기 탓도 아니면서 세상에 태어나 얼마 살지도 못한 유아나 심지어 태어나지도 못한 채 희생된 태아들 역시 원죄 때문에 구원받지 못하고 림보에서 지내야 하는 것 등으로 인해 사목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이유 등으로 교황청 신앙교리성 산하 국제신학위원회는 지난 2004년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신앙교리성장관으로 있을 때에'림보'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시 검토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신앙교리성장관 레바다 추기경이 지난 1월 19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보고하고 교황의 허락을 얻어 이날 발표하게 된 것이다.

 30명의 위원으로 이뤄진 국제신학위원회는 교황청의 자문기구 역할을 하는 기구로, 국제신학위원회 입장이 그 자체로 권위 있는 교회의 가르침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교회의 공식 입장 천명을 위한 중간 단계 역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제신학위원회는 이 문헌에서 세례는 구원을 얻기 위한 통상적 방법이지만 하느님은 자비로우시며 모든 사람이 구원 받기를 원하실 뿐 아니라 은총이 죄를 앞선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무죄한 아기들을 천국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대한 그리스도의 특별한 사랑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바티칸시티=CNS】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