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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문화

[인터뷰] 박진옥 상임이사 "공영장례, 무상의료처럼 사회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0-11-02 18:53
▲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 사무실 내부 모습. <사진 제공=나눔과나눔>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박진옥 비영리 민간단체 `나눔과나눔` 상임이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무연고 사망자, 50~ 60대 초반 가장 많아

빈곤과 혈연 중심의 법적 관계 해체 맞물려

가족 중심의 장례지침 한계 여전, 법 제도 바꿔야

공영장례, 사회보장 차원의 접근과 지원 필요


[인터뷰 전문]

11월 위령성월을 맞아 죽음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 있는데요.

누구에게나 존엄해야 할 삶의 마지막이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고 아무도 슬퍼해 주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비록 부모 형제는 아니지만 벌써 10년째 가난한 이들의 마지막을 함께해 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나눔과나눔`의 활동가들인데요.

박진옥 상임이사 전화로 만나보겠습니다.

▷박진옥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벌써 10년째입니다. ‘나눔과나눔’이 가난한 이들의 장례 지원에 나선 게요. 그동안 참 많은 분들의 마지막을 함께해 주셨을 텐데, 지난 10년이라는 시간 돌아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해보십니까?

▶솔직히 10년이라는 시간이 잘 실감나지는 않는데 한 분, 한 분 사연을 통해서 무연고 사망자 분들이 어떤 분이셨고 그분들의 현실이 어떠한지 알아나가는 과정이 지난 10년의 세월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때로는 함께 눈물 흘릴 때도 있었고 정말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인가 분노할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 선물 같다는 시간이었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혈연이 없거나 끊어진 분들께 무연고 사망자들의 마지막을 배웅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인연과 관계를 만나게 됐던 거죠. 무연고 사망자 분들의 지인들 자원 활동 하러 오셨던 분들 그리고 재정적으로 후원자분들을 만났고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쪽방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분들이 사회와는 단절되고 고립될 수 있었지만 이 세상을 떠나면서 어쩌면 우리 사회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주고 선물로 주고 가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10년 전에 어떤 계기로 ‘나눔과나눔’이 설립된 겁니까?

▶최초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장례가 걱정이었어요. 할머니들이 계속 돌아가시고 계시는데 누가 마지막을 지킬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당시 정대협에 가서 할머니들의 장례를 여쭤보고 그러면 십시일반으로 지인들이 장례를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활동을 시작했고 그러고 나서 돌아보니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재정적 어려움으로 장례를 못 치르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그때부터 구체적인 활동이 시작됐던 겁니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오는 게 죽음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의 빈곤 계층의 죽음을 생각하면 마지막까지 쓸쓸한 경우가 참 많다고 하는데, 빈곤과 삶의 마지막 순간 어떻게 지켜보셨습니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상황은 고통은 그렇지 않잖아요. 저는 죽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장례 했던 분들 보면 마지막 주소지가 고시원, 여관, 쪽방 그리고 서울에 집이 그렇게 많은데도 마지막 주소지를 둘 곳이 없어서 동주민센터가 마지막 주소지로 옮겨진 분들도 계시고 나이로 보면 50대에서 60대 초반이 제일 많으세요. 그분들 같은 경우는 한국 전쟁 직후에 태어나서 가난을 경험했고 한참 살아났을 때 한국IMF 경제위기가 있었고요. 그러한 국가적 위기를 고스란히 겪었던 인생사가 많은데 그런 분들의 마지막은 결국 혼수상태로 죽음을 맞이했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역시 가난했다는 거죠. 가난해서 서로 돌보지 못했고 연락이 끊어졌고 마지막에는 시신을 인수할 돈조차 없어서 정말 어쩔 수 없이 시신을 포기한다는 그런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워낙 많이 봤고 어쩌면 이 재정적 어려움, 빈곤이 사람으로서의 마지막 구실도 제대로 못하게 만드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 아닐까. 그런 것들을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통계청 발표를 보니까 올 상반기에 홀로 죽음을 맞이한 무연고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30%나 늘어났더군요. 이렇게 무연고 사망비율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말씀드린 것처럼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잖아요. 경제적 어려움이 사람의 관계도 단절시키고 그러는 와중에 혈연 중심의 법적 관계도 다양한 이유로 해체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서 죽음과 장례라는 문제를 가족구성원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그런 것들로 인해서 무연고 사망자가 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연고 사망자라고 해서 무조건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건 아니라면서요. 부모나 자녀 형제 중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바람에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던데, 이거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빈곤문제가 맞닿아 있는데 시신을 위임하면서 썼던 내용을 좀 말씀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어머니가 자녀의 시신을 위임하면서 ‘누구누구 엄마입니다. 몸도 많이 불편하고 많이 아픕니다. 여유도 없고 힘이 듭니다. 눈물만 납니다.’라고 위임서를 작성하셨고 또 다른 따님은 ‘4살 때 아버지의 폭력과 생활고로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아버지는 한 번도 부모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금도 어머니도 기초연금수급자로 제가 돌봐야하는 입장이다.’ 이렇게 위임서 작성하시면서 시신을 거절했는데 본인도 너무나 팍팍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에서 아버지에게 원망도 고스란히 담겨있는 거죠. 이렇게 가족의 장례를 치러주기 힘들 정도로 빈곤한 사례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장례 지원 해오시면서 가슴 저린 사연들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올해 들어서도 그렇게 아픈 사연들이 참 많았습니까?

▶특히나 아버지가 중동의 경제 부흥으로 인해서 중동에 나갔는데 가정이 해체가 된 거죠. 아들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도 마침 그때 수술을 하고 계셔서 장례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위임서를 제출하셨던 거예요. 그러고 나서 위임했다는 사실이 친척들에게 알려지니까 매정하게 아들을 어떻게 위임할 수 있냐. 그런 본인의 사정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다 배제하고 자식을 마치 포기한 아빠가 돼버린 분이 계셔서 혼자 산에 가서 울다가 가끔 저희한테 전화를 주시고 하소연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나눔과나눔 사이트를 보니까 부고와 장례 후기를 꾸준히 올리고 계시던데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 이웃들이 어떻게 삶을 마감하는지 우리가 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무연고 사망자라고 해서 그들이 실패한 인생이거나 삶을 잘못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한국 경제위기도 있었고 거기서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안 됐던 여러 가지 이유들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들 다 무시하고 실패한 인생 그런 것들이 아니라는 거죠. 저희는 사실 그분들의 죽음을 마지막을 지키면서 오히려 그분들의 삶에 그분들이 어떤 분이셨고 그분들 삶의 조각을 모으려고 열심히 노력합니다. 우리 이웃들이 어떤 분이셨고 그분들이 어떻게 삶을 마감하셨는지 함께 애도하고 함께 이러한 죽음들 막아보자는 게 저희가 그런 활동을 하는 취지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외로웠던 이 땅에서의 삶을 좀 더 따뜻하게 마무리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 중심의 장례지침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들 나오던데 어떤 내용이기에 그렇습니까?

▶지난해까지는 법적 혈연연고자가 아니면 장례를 할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사실혼관계 배우자나 제 아내는 무연고 사망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법적 연고자가 아닌 분은 장례를 할 수 없었던 또 다른 분 같은 경우는 제가 어떠한 처벌도 받을 테니까 제발 좀 장례를 하게 해달라는 분도 만나기도 했었는데 저희가 열심히 알리고 작년에 평화방송에서 인터뷰하고 하면서 올해부터는 보건복지부가 지침을 변경해서 무연고자인 경우라면 사실상 시신을 관리 보관하는 아까 말씀 드렸던 사실혼관계 배우자 이런 분들이 장례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40년 지기 친구가 그리고 함께 민주화 운동했던 지인 분들이 화장한 이후에 유골을 인수해 가기도 했고 아까 말씀 드린 사실혼관계 배우자 분들이 연고자 지정을 받아서 장례를 직접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한계는 있어요. 왜냐하면 법을 바꾼 게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하는 법을 가지고 지침을 변경하다 보니까 의료법과 충돌된다든지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들이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법 제도가 함께 개편되고 혈연과 가족중심의 그런 것들은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연고 사망자나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 이전에는 특별한 장례절차 없이 곧바로 화장을 해버리는 관행도 있었다고 하던데 이런 관행은 개선이 되고 있는 겁니까?

▶아직 그렇게 획기적으로 개선되진 않고요. 일단은 서울시가 가장 모범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서울시 같은 경우는 그래도 공영장례 조례를 만들어서 기초생활수급자든 무연고 사망자든 장례의식 없이 애도할 시간과 공간도 없이 바로 화장 되지 않고 최소한 가족이나 지인, 가족과 지인이 없다면 시민들이라도 최소한 애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있고요.
결국 제가 아시는 쪽방 주민이 계시는데 쪽방 주민 방에 가서 여러 가지 얘기하고 나오는데 쪽방 주민의 벽에 제 연락처가 있는 거예요. 제 핸드폰 번호를 적어놓고 무연고 담당이라고 적어놓은 다음에 동그라미를 쳐 놓으셨더라고요. 이분은 아마도 본인이 혹시라도 고독사하더라도 저한테 연락이 되면 본인의 장례를 치러줄 거라고 믿었던 거죠. 어떻게 보면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영장례는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는 그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인기척을 좀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게 가슴이 아리네요. 그런데 지금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 공영장례 조례를 마련해서 무연고자나 기초생활수급자 분들에게 일정시간 장례의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은 공영장례에 무관심한 게 아닌가 이런 지적들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영장례 조례만 만들고 실질적으로 무용지물인 것도 상당히 많고요. 이게 사실 장례라는 특성이 시급하게 뭔가 행정이 돼야 합니다. 서울 같은 경우는 서울시와 나눔과나눔 민관 협치로 해서 공영장례를 지원하다 보니까 긴급한 사안들도 잘 정리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공무원이 하기에는 한계가 많은 업무입니다. 저희 같은 단체가 전국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민관 협치로 해서 이런 공영장례가 잘 이루어질 수 있는 대안들을 좀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눔과나눔이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상담센터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직접 상담을 해보시면 어떤 내용들을 가장 궁금해 하십니까?

▶아무래도 재정적으로 어려워서 장례를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가장 많고 오늘 같은 경우도 형님이 돌아가셨는데 자기 실업 상태고 단돈 30만 원도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장례를 할 수 있는지 하루 종일 그분과 상담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안내하는 그런 상담이 제일 많고 그리고 서울뿐만 아니라 타지에서도 장례를 문의할 곳이 없는 거예요. 타지역에서 오기도 하고 때로는 타시도 공무원분들이 무연고 행정절차가 궁금해서 연락해오기도 하는 다양한 전화들을 받고 있습니다.


▷지자체 공영장례 지원 대상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이 해당이 되는지 또 만약 해당이 안 되는 분들에게는 어떤 다른 장례지원 방안이 있는지 그것도 궁금해지네요.

▶기본적으로 무연고 사망자는 공영장례가 가능한데요. 그밖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안타깝게 기초생활수급자 모든 분들을 하는 건 아니고 현재 서울시 같은 경우에는 연고자가 미성년자, 장애인, 75세 이상으로 구성된 가구에 한해서 지원하다 보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지원 범위가 제한됩니다. 오늘 상담했던 분 같은 경우도 공영장례 지원대상이 아니셨어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예를 들자면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되는 상조회사가 있습니다. 그런 곳과 연결한다든지 때로 필요하다고 하면 나눔과나눔에서 직접 후원금으로 지원해서 장례를 지원하도록 하는데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최소한 연고자가 있다면 가족이 있다면 가족이 장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최대한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명을 다한 생물학적 죽음이 과학의 영역이라고 하면 고립과 빈곤으로 인한 사회적 죽음은 복지의 영역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더더구나 지금 코로나19 상황인데 고립과 빈곤으로 인한 사회적인 죽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고 생각하십니까?

▶사회 보장적 차원에서 죽음과 장례에 대해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살아있을 때는 무료의료를 제공하고 있어요. 돈이 없는 사람은 일단 치료를 해줍니다. 그런데 죽으면 너무 매정한데 이렇게 얘기를 해요. 돈이 있으면 시신 인수하시고 없으면 포기하라는 말을 장례식장에서 듣기도 합니다. 무상의료는 되게 익숙하잖아요, 저희한테요. 돈이 없는 사람은 무상으로 의료를 지원하는데 무상장례라는 말은 아직은 낯선 개념인 거죠. 4대보험이라는 게 질병, 실업, 산재, 노령화 때문에 생긴 문제를 사회가 대응했던 건데 요즘에는 치매 같은 것도 국가가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죽음과 장례도 가족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사회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공영장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될 때가 아닌가. 그래야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족의 애도가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눔과나눔이 내년이면 10년차인데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지원을 후원하고 돕고자 하는 분들의 신청도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제가 개인적으로 가져보고요.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지원하고 계신 비영리민간단체 ‘나눔과나눔’의 박진옥 상임이사 만났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