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러시, 극지를 가다-9] 초대받지 않은 손님, 외래종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김지희 책임연구원

2018.01.03

▲ 세종기지에서 포획된 외래종 각다귀. <극지연구소 제공>


[앵커] 이어서 매주 화요일에 보내드리는 <콜드 러시, 극지를 가다> 코넙니다.

극지연구소와 함께 극지와 관련된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들을 알아보고 있는데요,

오늘은 극지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 외래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김지희 책임연구원 연결돼 있습니다.


▷ 이주엽 / 앵커:

일반적인 상식으로 남극이나 북극과 같이 극한 지방에 과연 외래종이 살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는데요, 실제로 극지에 외래종이 생존하고 있나요?


▶ 김지희 연구원

극지방은 너무 기온이 낮아서 다른 대륙에서 들어간 생물들이 살기 힘들 것같지만, 고산지역에 사는 식물이나 곤충들은 서식환경이 비슷해서 상대적으로 남극과 북극에 적응하기 쉽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지리적으로 고립된 남극지역에서 외래종이 문제인데요. 본의 아니게 남극에서 운영되고 있는 과학기지들이 온대나 아한대에서 들어온 곤충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 이주엽 / 앵커:

사람들이 직접 실어 나르는 것도 아닐텐데, 이같은 외래종이 극지에 유입되는 경로가 어떻게 됩니까?


▶ 김지희 연구원

외래종의 유입은 자연적으로 폭풍이나 철새의 이동 등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유입된 외래종이 정착하여 퍼져나가기 위해서는 지리적 격리나 온도와 같은 비생물적 장벽, 번식과 같은 생물적 장벽 등의 여러 단계의 장벽을 극복해야합니다(Hellmann 등 2008).

대부분의 외래 생물은 여러 단계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정착에 실패하여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 중 일부는 오랜 세월을 거쳐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적응에 성공하여 생태계의 일원으로 토착화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종의 유입은 생태계에 큰 충격을 주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외래 생물은 대부분 최근의 인간 활동, 즉 수출입에 의한 물류의 이동, 경제 성장과 항공망의 발달에 따른 좁아진 지구촌의 여행자들에 의해 유입되는 것입니다.

남극도 예외가 아니어서 연구활동 지원을 위한 보급품과 남극 관광객들을 통해 본의 아니게 묻어 들어가는 씨앗이나 곤충들이 많습니다.

특히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는 외래종의 정착 성공률을 높여주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앞서 말씀드린 비생물 또는 생물적 장벽과 상호작용하여 장벽을 허물거나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주엽 / 앵커:

하지만 혹독한 추위에 서식 환경이 달라 남극에 들어오더라도 살아남기 힘들 텐데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외래종이 상당한가보죠?


▶ 김지희 연구원

남극의 세종기지와 가까운 아남극 섬들에는 대부분 유럽에서 들어온 종들인데요, 외래 식물 108종, 곤충을 포함한 무척추동물 72종, 척추동물 16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Frenot 등 2005).

남극탐험시대와 남빙양에서 한 때 번성했던 고래잡이 시절에 식량보급을 위해 고의로 또는 우연히 들어간 종들이지요.

남위 60도 이남의 공식적인 남극지역도 예외는 아니라서 척추동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식물이나 무척추동물이 현재까지 살아남아 유지되고 있는 외래종이 19종에 달합니다.


▷ 이주엽 / 앵커:

실제 남극에 외래종이 유입돼 번식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으면 몇 가지 소개해 주시죠?


▶ 김지희 연구원

20세기 초반 아남극의 섬들 가운데 영국령인 남조지아섬(South Georgia)에는 세 차례에 걸쳐 북반구의 순록을 의도적으로 도입한 바 있습니다.

그 중 60%는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지만 남은 개체들은 북반구의 자연 개체군보다 더 밀도가 높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천적이 없는 아남극 도서에 인간이 도입한 순록이나 유럽토끼로 인한 고유 생태계, 특히 식물상에 미치는 피해는 매우 심각합니다.

그리고 선박들에 의해 유입된 쥐와 같은 설치류는 새들의 천국인 아남극 섬들의 조류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남극의 경우는 우리나라 골프장 같은 곳에서 골치아픈 잡초로 알려진 새포아풀이 대표적인 외래종으로 알려져 있고, 남극 과학기지들에 유입되어 서식하고 있는 파리목에 속하는 각다귀류가 있습니다.


▷ 이주엽 / 앵커:

남극의 생태계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는 결국 사람이라는 말씀인데요, 외래종의 남극 유입으로 인한 부작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김지희 연구원

남극의 지리적 특성과 독특한 환경에 오랜 세월 적응해온 남극 고유종에 대한 외래종의 영향은 매우 위협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남극 대륙 전체의 0.34%에 지나지 않은 남극의 노출지역에 살고 있는 육상생물은 종다양성이 매우 낮고, 이들이 이루고 있는 생태계도 기능적 다양성이 낮습니다.

경쟁에 상대적으로 강한 다른 대륙의 외래종이 이러한 단순한 생태계에 유입되면 고유종의 생태적 지위를 위협하게 됩니다. 고유종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지요.


▷ 이주엽 / 앵커:

극지 생태계 파괴를 막고 제대로 된 극지 연구를 위해서는 외래종을 막거나 퇴치하는 활동도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 김지희 연구원

그렇습니다. 현재 남극기지들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북반구 아한대에서 유래한 곤충인 각다귀가 있습니다.

보급선박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 곤충은 2006년에 우루과이기지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현재에는 여러 기지에 퍼져 있습니다.

세종기지에서는 2013년에 발견되기 시작했고요. 기지주변에는 이 종과 계통학적으로 가까운 고유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세종기지에서는 외래종 각다귀 퇴치를 시도했습니다.

2015년 월동기간에는 각다귀가 알을 낳는 오수 집수정을 대대적으로 청소해 유충을 제거하고 친환경살충제와 자외선 포충기 등을 사용하여 성체를 제거하였지만 완전한 퇴치에는 실패하였습니다.

실패한 이유는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섬에는 칠레, 우루과이, 중국, 러시아 등 9개국의 남극기지가 운영되고 있고, 남극의 여름기간에 성체들이 기지 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한 기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한 퇴치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국제공조가 매우 중요한데요,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우루과이, 칠레, 영국과 함께 외래종 각다귀에 대한 근본적이고 과학적인 퇴치 방안 마련을 위해 공동연구에 착수했습니다.

곧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앵커] 말씀을 듣고 보니 극지를 제대로 연구하고 보존하겠다고 많은 국가에서 극지를 찾고 있지만, 오히려 극지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나을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연구 뿐 아니라 극지에 사람이 거주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연구에도 노력을 기울여야겠습니다.

매주 화요일에 보내드리는 <콜드 러시, 극지를 가다>

오늘은 극지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 외래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도움 말씀에 극지연구소 김지희 책임연구원이었습니다.



황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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