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지혜와 깨달음, 청년들의 비전 된다

세월의 지혜 / 교황 프란치스코와 친구들 공저 / 정제천 신부 옮김 / 이냐시오영성연구소

2019. 09. 22발행 [1531호]

▲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개한 ‘잠자는 성 요셉상’을 들어보이며 교황님은 걱정이 생기면 침대 머리맡 잠자는 성 요셉상에 걱정거리를 맡기신다고 설명하는 정제천 신부.




예수회 한국관구장 정제천 신부가 대학 시험에 떨어져 고향 광주로 돌아가던 때 일이다. 밤 열차에서 우연히 만난 한 노인은 실의에 젖어 있던 그에게 봄에 난초가 피고, 가을에 국화가 핀다는 뜻의 ‘춘란추국’(春蘭秋菊)이라는 고사성어를 하나 남겼다. “다 때가 있는 법이네.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다시 시도해보게. 잘 될 걸세.” 그 이름 모를 어르신의 한 마디로 정 신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정 신부는 당시 조언을 떠올리며 프란치스코 교황과 친구들이 집필한 「세월의 지혜(Sharing the Wisdom of Time)」를 우리말로 옮겼다. 잠이 안 오면 새벽 두세 시에도 일어나 3개월을 꼬박 번역에 매달렸다.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기도에서 시작됐어요. 어느 날 기도 시간에 교황님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 노인들의 역할이 현시대에 얼마나 필수적인지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품으셨지요. 교황님은 특히 노인들이 세월 속에서 쌓아온 지혜에 주목했는데, 요즘 경쟁에 내몰리는 젊은 세대가 자신들이 겪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찾고, 인간적인 세상과 하느님 나라를 만드는 데 노인들의 지혜가 큰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노인들의 지혜에 대한 교황의 믿음과 비전은 미국 예수회 출판사인 로욜라 프레스가 「세월의 지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도록 했다. 로욜라 프레스는 세계 곳곳에 있는 지혜로운 노인 250여 명을 찾아가 인터뷰했고, 그중 84명의 이야기를 선택해 노동과 투쟁, 사랑, 죽음, 희망이라는 다섯 장으로 분류해 책으로 묶었다.

교황은 다섯 장에 각각 머리말을 써서 독자들이 그 주제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도록 안내했고, 특별히 31편의 이야기에 대해선 ‘동료 노인’으로서 자신의 고유한 체험과 지혜를 독자들에게 나눠줬다.

교황의 머리말과 응답은 예수회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의 역할이 컸고, 다섯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노인들의 지혜를 체험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내가 배운 노년의 지혜’라는 꼭지로 수록됐다.

정 신부는 “교황님께서는 ‘노인들은 꿈을 꾸며 젊은이들은 환시를 보리라’(요엘 3,1)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지금이 바로 젊은이들이 비전을 갖도록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꿈을 꿔야 할 때라고 말씀하신다”면서 “이 책을 번역하면서 많이 울었는데, 그만큼 노인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인 대목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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