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문화출판

자살, 소비하지 말고 예방하는 미디어 돼야

TV 속 자살 묘사, 방지 지침에도 쏟아져 생명 존중 문화 확산 위해 미디어 역할 강조

2020.07.26발행 [1574호]

▲ 자살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모습.
 



차디찬 겨울 바다로 주인공이 뛰어들어간다. 육지에서 점점 멀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파도에 휩쓸려 모습을 감춘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이 건물 난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잠시 후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비관하며 뛰어내린다. 포털사이트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의 한 장면이다.
 

이처럼 미디어를 통해 묘사되는 자살 방법은 구체적이다. 또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미디어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청소년들이 어렵지 않게 자살 장면을 접한다는 측면에서 우려는 더 크게 다가온다. 자살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살 방법과 도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을 것, 자살을 미화하지 않을 것, 동반 자살이나 살해 후 자살과 같은 장면을 지양하도록 할 것, 청소년의 자살 장면을 더욱 주의하도록 하는 등의 지침을 내놨다. 하지만 미디어 속 자살 장면은 여전히 쏟아진다.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대학생 서포터즈가 2018년 8월 1일부터 2019년 7월 31일까지 국내에서 방영된 드라마 50편을 점검했다. 그 결과 모두 118회의 자살 장면이 표현돼 드라마 1편당 자살 장면은 평균 2.4회에 달했다. 이 중 95.8%(113회)는 자살 방법과 도구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83.9%(99회)는 자살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표현했다. 청소년의 자살 장면도 9.3%(11회)에 달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장 차바우나 신부는 “미디어의 영향은 매우 크기에 그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창작물에서는 자살 관련 지침이나 여과장치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미디어를 접하는 사람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아직 선택의 폭이 넓지 못한 청소년 시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차 신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선택은 결국 소외당하고 도움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다”며 “생명 존중 문화는 건강한 공동체 안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옆에 있는 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서로에게 예수님이 되어주는 것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와 CPBC 가톨릭평화방송 등 4개 종교방송은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18년 11월 30일 자살예방 다큐멘터리 드라마 ‘변주곡’을 제작해 방영했다. ‘변주곡’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우리 모두 게이트 키퍼가 돼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는 일상에서 주변 사람의 자살 위험 신호를 인지해 자살예방센터 등 전문기관에 연계함으로써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는 사람이다. ‘변주곡’은 드라마 상의 인물을 통해 자살 위험 신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보여주고 다른 인물의 모습과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게이트 키퍼의 역할과 중요성을 일깨우고 관심을 유도한다. 다큐멘터리 드라마 ‘변주곡’은 CPBC 가톨릭평화방송 TV 유튜브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